대통령실 앞 1인시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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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할 곳을 못 찾아서 헤매다 남영역 인근 주차장에 겨우 주차를 하고
대통령실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택시기사님에게 대통령실 근처 1인시위 하는 사람들 있는 곳으로 가달라고 하니
대통령실로 들어가는 문 앞 횡단보도에 저를 내려주었습니다
택시에서 피켓을 들고 내리니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묻습니다
검정 1 : 1인시위하러 오셨어요?
나 : 네
검정 1 : 길 건너 가셔서 하시면 됩니다
나 : 예 알겠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
검정 1 : 어디서 오셨어요?
나 : 집에서요
검정 1 : 아 그러시군요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쪽 인도에 서서 피켓을 들고 서있으니
또 다른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묻습니다
검정 2 : 오늘 처음 오셨어요?
나 : 네 처음 왔어요
검정 3 : 전에도 이런 내용의 피켓을 본 것 같은데 진짜 처음이예요?
나 : 전 오늘 처음 온건데요
검정 2 : 어떤 단체같은 데서 나오셨어요?
나 : 아뇨 저 개인적으로 나왔어요
검정 3 : 사진좀 하나 찍어도 될까요? 저희도 보고를 해야 해서..
나 : (가방에서 준비해 간 마스크를 쓰며) 네
검정 3 : 불편하시면 안찍으셔도 돼요
나 : 찍으세요
검정 3 : (사진을 찍고 나서) 얼굴은 안나오게 찍었어요
검정 2 : 그런데 보통 1인시위 하시는 분들은 지금 서계신 반대 방향으로 서서 하시더라고요
나 : (반대방향으로 돌아서며) 아 그래요? 제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
검정 2 : 언제까지 계실 거예요?
나 : 세 네시까지는 있을 생각이예요
검정 2 : 알겠습니다 그럼 저흰 가볼게요
나 : 예 수고하세요
검은 정장의 사람들이 떠나고 한 30분 정도 지났을 때
이번에는 평상복 차림의 남자 두명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평복 1 : 용산 경찰서 보안과(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한 뉘앙스)에서 나왔는데요
이름하고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나 :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평복 2 : 아니 무슨 용건으로 오셨는지 저희도 보고를 해야 해서요
나 : 1인시위하러 왔는데 제가 그런 것 까지 다 말해야 합니까?
평복 1 : 말씀하시기 싫으시면 말씀 안하셔도 되는데 대충이라도 알려주시면..
나 : 그럼 말하지 않을게요
평복 1 : 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저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에게 말거는 사람도 없이 계속 혼자 있었습니다
날씨생각을 못하고 얇은 반팔티 하나만 입고 나온 걸 후회하면서 서있다가
오후 3시 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자 추워서 더이상 못버티겠다 싶어서
서있던 자리에서 택시 잡아타고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 차타고 집에 왔습니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1인시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군요
대통령실 건너편에도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서있었습니다
그 중 저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은 제가 하는 행동들을 예의주시 하더군요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계속 쳐다보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자리를 이동하거나 가방에서 뭘 꺼내거나 할 때 잠깐씩 보는 정도였습니다
이후 시위시간을 늘린다고 가정했을 때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생리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삼각지역 안에 있는 화장실인데
커다란 피켓을 들고 가자니 불편하고 놓고 가자니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오늘 1인 시위를 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느낀 점들을 후기로 써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 대로 1인 시위를 계속 할 예정입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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