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빙삼옹 장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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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쉬지않고 끊임없이 진행되는 계급화>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지 어언 수백만년, 하지만 문명을 이룬 것은 불과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인간의 문명은 곧 '계급'의 역사이다. 아주 오래 전 인간은 평등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 시절을 원시 공동체 사회라 하고 경제적으로는 원시 공산주의 사회라고 한다. 공산주의라고 하면 누구나 평등하게 분배 받는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공산주의의 기본은 '능력만큼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하는' 사회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사냥도 많이 하고 열매도 많이 따는 것이고, 나이 든 사람이나 몸이 약한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아도 분배를 받는 그런 사회이다. 누구나 똑 같이 일하고 똑 같이 분배 받는다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인류에게 문명이 발생한 것은 바로 '잉여 생산'의 덕이다. 생산이 소비를 능가하게 되면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층이 생겨나고, 이들에 의해 잉여 시간이 문명의 발생에 기여했다고 본다. 물론 같은 시기에 계급이 생겨나게 된다. 이 세상의 계급과 문명은 바로 잉여 생산, 잉여 노동의 산물이다. 문명이 발생한 이래로 인간 사회에 계급이 없었던 적은 없다. 가끔씩 그 계급의 부조리에 반항해서 난(亂)이나 혁명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단 한번도 인간 사회에서 계급이 무력화 된 적은 없다.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입네 하고 마치 모든 사람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세뇌(?)받고 있지만, 과연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와 함께 짝을 이룬 자본주의는 교묘한 모습으로 계급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계급 구분은 '서열'로 이루어진다. 사는 동네나 재산, 학벌, 소득 등 과거 신분제와는 약간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공고한 계급이다.
왜 대학입시가 옛날과 달리 수행평가네 뭐네 수상실적이 어쩌네 저쩌네 하는 부가적인 요인이 많아졌을까? 그것은 돈도 여유가 없는 집 자식들, 즉 하층 계급민 자식들과 구분짓기 위한 방법에 다름 아니다. 또 왜 12과목 13과목이던 학력고사 과목이 4과목, 5과목을 줄어들었을까? 그래야 과외를 시켜서 점수 올리가가 좋기 때문이다. 물론 수학의 비중은 줄이고 영어의 비중을 높힌 이유도 뻔하다. 수학은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면 과외로도 한계가 있지만 언어는 돈만 들이면 점수 높이기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교 과정에서 미분 적분을 뺀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도 난다. 미국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계급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의 논문이나 사회 활동 등 없는 집 자식들, 하층 계급 자식들과 차별화 해버리는 일들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그걸 본보기 삼아 우리나라 기득권들도 고대로 따라하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의전원 도 결국 대학 교수들 자녀들의 편입 통로로 이용되지 않던가,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돈이야 상속해주면 되지만 학벌은 상속이 불가능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학력 상속(?) 방법을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
새 정부 들어서 첫 마디가 '민영화'이다. 도대체 얼마나 간절히 원해 오던 소원이었으면 새 정부 출범 열흘도 안돼서 이 말이 터져 나왔을까 싶다. 민영화는 이미 모든 위험과 실패의 부담을 온 국민이 다지고 이제 안정화된 독점 사업을 고위 계급이 차지함으로써 대대 손손 안정적인 계급 유지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민간 사업은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영원히 잘되는 경우가 없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이 빠르기 때문에 기업의 상속마능로 계급의 유지를 자신할 수가 없다. 지난 IMF 당시 얼마나 공고한 기업들이 많이 무너졌는지 상기해 보면 알 수가 있다. 반면에 인천 공항은 적어도 100년 길게는 수백년간 경쟁 상대가 없는 독점적인 사업 기회이다. 물론 이렇게 안정화 시키기 위해 수많은 국가 자원과 국민의 노력이 들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철도, 전력 다 마찬가지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한 백년에서 수백년은 끄덕 없을, 그야 말로 계급 유지에 적당한 사업들이다. 민영화를 한답시고 그 지분을 헐값에 고위 계급이 홀랑 먹어가는 그런 속보이는 짓을 하지는 않는다. 국민 주식이네 어쩌네 하는 눈 속임 정도는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 그 옆에 붙어서 부스러기 뜯오 먹고 싶은 부패한 언론과 부역자들이 있는 한 많은 국민들을 속이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옛날 전제 군주 시대나 봉건 시대 보다 조금도 더 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다고 느끼도록 세뇌 당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어쩌면 그 세뇌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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