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초간단 요약 및 교훈
페이지 정보
본문
누군가가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야금야금 점령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무척 놀랐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들이 도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개과정에 대해서 정리해봄.
참고로 난 군대하고는 거리가 먼 그냥 밀덕후에 불과하니 알아서 걸러서 듣기 바람.
또 참고로 내가 주로 참고한 정보는 RUSI(영국 왕립 합동군사연구소), 미국 ISW, 러시아 일부 사이트 등임.
1.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나?
한마디로 말하면 나토의 동진에 대한 두려움. 러시아는 유럽 세력의 침공에 대한 두려움이 DNA에 새겨져 있음.
특히 1941년 독일의 침공은 러시아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줌. 그래서 필사적으로 침공을 대비하여 공간을 확보하려고 함.
이 공간은 모스크바-교통의 허브-와 바쿠유전-경제의 생명줄-을 보호하기 위한 버퍼공간임.
문제는 소련이 해체되고 그 직후 필사적으로 유지하던 독립국가연합 역시 맛이 가버리면서 일종의 공간장갑이 벗겨져 버림.
그 결과가 바로...
발트3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떨어져나가고 무엇보다 나토측으로 기울면서 상뜨뻬쩨르부르크와 로스토프(바쿠유전 앞마당)를 연결하는 축선이 곧바로 유럽세력과 맞닿는 지정학적 참사가 벌어짐.
당연히 푸틴은 이를 묵과할 수 없었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 안에 두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함. 그러다가 2014년 유로마이단으로 모든게 씹창나버리고 이에 빡돈 푸틴이 돈바스 분리주의자들을 획책한 것이 돈바스 내전. 덤으로 크름반도도 꿀꺽하고.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빡돌면서 더더욱 나토가입을 서두르게 됨.
이게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진 이유임. 한마디로 말하면 러시아의 안보 위기 강박증과 우크라이나의 러혐이 빚어만든 대참사.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가장 잘못했다고 생각함. 특히 오바마와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은 러시아에게 "ㅅㅂ 우리가 침공하지 않는다니까!"라는 신호를 분명하게 주지 않았음. 외교가 실패하면 결국 전쟁이 튀어나오는 법. 이를 지금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피로 댓가를 치르고 있는거고. 물론 개인적인 의견임.
2. 러시아가 침공하다. (머나먼 다리 시즌2)
러시아의 침공루트는 크게 4개의 방면임.
1. 키이우 방면. 러시아 딸랑이 벨라루스에서 세개의 진격로로 BTG(대대전투단)들이 쏟아져 들어감. 동시에 스탠오프 무기들이 통신허브를 강타하고. 여기까지는 뭐 그런대로 정상적인 트랙을 밟는듯 하는데, 러시아 새퀴들이 미쳤는지 첫날에 VDV(러시아 공수군)를 호스토멜 공항에 투입해버림. 겉으로 볼 때는 기갑부대들이 몰려오고 요충지를 공수군이 점령하고 스탠오프 무기들이 종심을 때리는 등 전쟁이 곧 끝날 것처럼 보임.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것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C&C(지휘통제)를 마비시켰지만 지들 C&C도 마비가 됨.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름. 일설에 따르면 해킹때문이라고도 하고 미국의 전자전때문이라고도 하고.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겠지. 나같은 방구석 밀덕한테까지 이런 정보가 들어오면 뭐... 그것자체도 문제지. 아무튼 얘네가 작전지도를 어떻게 했는지 작전진행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림.
VDV는 당연히 첫날에 개털렸고 둘째날에도 또 투입했다가 개털림. 벨로루시에서 밀고 들어오는 BTG들은 그냥 뚫린 고속도로로 쾌진격을 하는데 대체 어찌된 일인지 후방안정을 맡는 내무군과 엉켜버림. 참고로 러시아군은 정규군과 내무군, 투트랙으로 되어 있음. 정규군도 투트랙인데, 소수의 전문적인 계약군인들과 다수의 징집병들. 이게 나중에 화근이 됨. 결국 호스토멜의 VDV가 BTG들과 접촉을 하게 되지만 이미 VDV는 아작이 났음. 다시 말하면 전략자산 하나가 박살났다는 것.
BTG들은 키이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선에 들이박으면서 쾌진격이 끝남. 문제는 보급이었음. 그리고 보급이슈는 러시아군의 독특한 대대전투단(BTG) 편제와 연관됨. 이건 나중에 얘기하겠음.
아무튼 벨로루시에서부터 키이우까지 60km 정도의 보급선을 담당한 부대가 사흘동안 일렬로 죽 늘어서서 멈춰있는 위성사진이 공개됨. 처음에는 우와 러시아, 스고이, 저 막강한 병력이라니! 했지만, 사실은 얘네들이 멈춰있던 이유는 지휘통제가 전혀 안돼서임. 러시아 이 색퀴들이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제를 아작내면서 지들 C&C도 박살난 것임. 보급부대야 윗대가리가 어디로 가라고 전파를 해줘야 움직이는데 이게 안된 모양임.
게다가 60km 죽 늘어선 장갑차량과 비장갑 트럭들은 우크라이나 특작부대에게는 기막힌 먹이감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그 과정에서 재블린과 NLAW는 열심히 러시아군 탱크들의 뚜껑을 따고 있었고. 견디다 못해서 러시아는 아 키이우는 무리였나 보다... 하고 전선축소를 결정함. 그리고 병력을 벨로루시로 돌리고 돈바스방면으로 보내버림.
2. 하르키우.
이 방면에서는 러시아 군은 쾌진격에는 실패하고 어찌어찌 하르키우까지는 먹었다가 지금은 다시 뱉어내고 밀려나고 있음.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까지 도달하기도 했음. 하지만 월경하지는 않을 것임.
지금 전황 자체가 그나마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한 것은 러시아가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임. 전면전을 선포하면 병력 총동원이 가능해서 우크라이나에게는 매우 불리함. 사이즈 차이가 워낙에 커서. 그런데 국경을 넘는다? 그럼 무조건 전면전임. 젤린스키가 푸틴마냥 미쳐날뛰지 않는 이상 불가능.
3. 돈바스 방면.
사실 푸틴이 개전사유로 들었던 것이 돈바스 지역에 만들어진 러시아계-친러 우크라이나인의 두개의 공화국-도네츠와 루한스크-의 보호였음. 그래서 여기에서 러시아는 그나마 꽤 선전을 함. 물론 초반에만. 일단 현지의 군사 파트너-두개의 자치공화국 군대-가 러시아군을 위한 훌륭한 정보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선전했던 것임. 하지만 우크라이나도 바보는 아니라서 이 지역을 마치 1917년 솜으로 빙의된듯한 미칠듯한 참호망으로 덮어버렸음. 당연히 러시아의 진군은 곧 돈좌. 그리고는 당연히 소모전. 포격전.
4. 크름-헤르손-오뎃사
원래 러시아의 전략은 오뎃사까지 쳐먹어서 우크라이나를 내륙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임. 다시 말하면 흑해를 완전히 러시아의 호수로 만드는 것. 그런데 오뎃사는 커녕 러시아는 헤르손 공략에 힘을 빼버려서 공세역량이 소모되어 버림. 흑해함대가 오뎃사 앞바다에 알짱거리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예비대-기계화여단들-를 묶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모스크바 함이 어처구니없이 침몰하면서 흑해함대의 방공망이 걷혀버림. 결국 흑해함대도 자기네 방공망 안으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면서 전략예비대가 돈바스 방면으로 돌려지게 됨.
3. 대환장 파티
러시아군은 왜 이런 개판을 치고 있을까? 원래 군사학적 차원에서 러시아군의 전략 자체는 문제가 없음.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이론대로 러시아는 초반 하이브리드 전쟁의 정석을 보여줬음. 극초반에만. 특작부대와 제5열을 후방으로 침투시켰고 해킹도 제대로 수행했으며 스탠오프 무기들도 키이우의 통신망을 제대로 타격했음. 그리고 고도로 기계화된 BTG들이 쇄도하고.
하지만 여기까지만 그럴듯했음. 원래 BTG 자체가 군사지출을 억제하고 싶은 러시아의 고민의 산물임. 아, 돈 아깝다, 그럼 병력을 줄이자. 아, ㅅㅂ 펀치력이 부족하다, 그럼 전차와 포병을 붙혀서 충격력을 높이자... 이런 불쌍한 고민의 산물이 BTG임. 러시아는 이 BTG들로 마치 레고블록으로 건물짓듯이 돈바스 내전과 시리아 내전에서 쏠쏠하게 재미를 봤음. 하지만 돈바스와 시리아 내전의 공통점은 BTG를 보조할 현지 군사파트너가 보급과 거점수비, 정찰 자산이 된다는 것. 게다가 전역 자체가 작아서 러시아 BTG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나지 않았음. 그건 작전술적 비전의 결여. 즉 대대규모가 전황 자체에 끼치는 역량이 작으며 많은 대대들을 움직여서 작전술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한데 러시아의 장교레벨이 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 돈바스와 시리아의 작전구역 자체가 워낙에 작아서 전술적 성공을 쉽게 거두는데 반해서, 우크라이나 자체가 그런 전술적 성공만으로 작전술적 성취를 보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했다는 것.
그래서 러시아에서 부랴부랴 드보르니크를 총괄사령관으로 임명했지만 이미 늦었고, 드보르니크 자체가 도네츠강 도하작전에서 보듯이 그닥 신통하지가 않았음.
러시아는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음. 그 이유는 러시아의 군사자산 자체가 바닥이 났음.
-일단 전문적인 직업군인들이 지나치게 소모되었음. 특히 호스토멜에서 VDV가 개털린 것이 결정적임. BTG의 경우에도 1/3이 직업군인들인데 얘네들도 졸렬한 작전지도에 의해서 탈탈 털렸음. 그럼 징집병들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느냐? 못함. 얘네들은 보급이나 거점수비 정도밖에 할 수 없는 능력임. 얘네들보고 공세작전에 나가라는 얘기는 그냥 죽으라는 것임.
-스탠오프 무기들도 소진됨. 그리고 무엇보다 보충이 안됨. 3달동안 러시아는 1000발 가량의 정밀타격무기를 날려댔음. 많아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사이즈에서는 이건 지나치게 부족함. 게다가 초반에 통신허브를 아작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식으로 운영함. 대표적인 것이 킨잘 같은 값비싼 극초음속 미사일로 쇼핑몰 따위를 타격하는 것. 극초음속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용이 아니라 한국같은 촘촘한 방공망을 뚫기 위해 개발된 값비싼 무기임.
-서방의 금수조치로 인하여 반도체 수입이 안되는 것도 문제임. 우랄 바곤 자보드-우리로 치면 현대 로템-도 전차생산을 중지했음. 스탠드오프 미사일도 생산이 멈추거나 생산량이 줄었을 것임. 오늘날 무기는 워낙에 첨단무기라서 부품공급망이 글러벌하게 형성되어 있음. 집에 있는 컴퓨터를 뜯어보고 부품의 국적을 조사하면 잘 알 수 있음. 문제는 이러한 글러벌한 공급망에 의해서 들어오는 첨담부품들이 서방의 금수조치로 중지된 것. 갑자기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제2차 세계대전급으로 다운그레이드된 상황.
4.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전쟁은 절대 피해야 함. 그리고 그 방법 중 중요한 것이 외교임. 이번 전쟁은 미국과 나토의 외교의 실패라고 봐야함. 우크라이나 말고. 걔네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인질 비스무리한 존재니까.
-전쟁이 피치 못하다면, 제발 보급에 대해서 신경쓰자. 그리고 C&C도. 병력을 뿌려봤자 얘네들이 자기가 뭘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이건 군대가 아니라 군중이 됨. 그렇기에 임무형 지휘체계에 맞게 군조직을 바꿔야 함.
-포병이 짱이다! 포병을 키우자! 그리고 UAV도! 특히 우크라이나가 터키산 바이락타르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임. 하지만 무인기는 결전병기가 아니라 전쟁가능 병기임. 무인기의 가치는 표적획득에 있음. 지난주 도네츠 도하작전에서 러시안 BTG들을 우크라이나 포병들이 갈아버릴 수 있었던 것도 UAV 등의 정찰과 표적획득을 통해서 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